전편에 이어 제12회 변호사시험을 치룬 일자별 후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개인적인 회고용 목적 뿐 아니라 후기를 보는 수험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물론 3번의 모의고사로 감을 잡았겠지만, 경험자의 후기를 보면서 미리 시뮬레이션 하는게 꽤나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시험 기간 동안 멘탈이 나갈 수 있는 일들이 은근히 많은데
어떤 마인드로 어떻게 멘탈을 관리해서 완주했는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변시 1일차(1/10(화))
공법
시험을 보는 건물 외벽에 변호사시험 공고문이 잔뜩 붙어있다.
3년 동안 열심히 달려왔던 변호사시험을 진짜로 보는구나라는 기분에 압도된다.
첫날 7시 전후로 기숙사에서 일어나서 컵반을 먹고 기숙사를 나섰다.
시험 보는 건물 옆 열람실에서 객관식 오답을 눈으로 훑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모의고사와 가장 크게 다른 점 중 하나는 입실 시간, 즉 대기 시간이다.
시험 치르기 직전까지 공부하던 모의고사와 다르게 40분 전 입실 후 부터는 공부하던 것들을 다 집어넣고
법전도 보지 못하는 채로 대기를 해야 한다.
대기 시간 동안 주변에 있는 동기들과 눈만 마주치면 서로 응원하고 격려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앞으로도 누누히 말하겠지만 자교에서 동기들과 함께 시험보는건 정말 큰 메리트가 된다.
1교시: 선택형(객관식)
공법과 객관식은 내 최약점이다. 11회 변시 공객이 매우 쉽게 나와서 당연히 어렵겠구나했는데 변시 최근 5년 기출과 체감 하나도 안겹쳤다.
특히 헌법은 냅다 풀어제끼고 행정법은 그럭저럭 풀었던 기억이 난다. 헌법은 유독 헷갈리는게 많았고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답을 고쳤었다. 고친 답은 오답이었다.
첫날에는 속 불편할까봐 죽을 먹었는데 현명한 선택이었다. 잘 안넘어간다.
점심 먹으면서 가급적으로는 귀를 막고 얘기를 안들으려 했으나 동기들끼리 얘기하는거 듣는데 벌써 한 다여섯개 틀린 것 같았다. 뭐 어쩌겠어 속으로 생각했다.
2교시: 사례형
보통 수험생은 1>2문 순차적으로 풀지만 나는 헌법보다 행정법이 차라리 더 나아서 2문>1문 역순으로 풀었다. 행정법은 안 나올거라 생각했던 쟁점이 나왔는데 그냥 마구 썼다. 2문에 딸린 헌법 문제도 나름 잘썼다고 생각했다.
1문은 풀면서 모의고사 내내 거의 꼴등이었는데 "나 이제 꼴등 아니다 와 이 정도면 평타다"라고 생각했었다. 생전 처음 들어봐서 전혀 모르는 문제가 10점 정도 있었는데 거의 헛소리지만 어거지로 작성했다. 부진정통백이지만 이 문제는 남들도 모를거라 생각했다. 헌법은 특히나 판례 원문을 잘 박고 포섭을 풍부하게 뻔한 말이라 생각해도 일일이 다 적어줘야 점수가 나오는 것 같다. 헌법 수업도 1학년 때만 듣고 뒤늦게 시작하고 공부를 덜 해서인지 나는 키워드만 박고 포섭도 길게 못하는 편이었다.
사례형을 나름 잘봤다고 생각 아니 착각하면서 친한 동기랑 쉬는 시간에 햇빛 쬐면서 학생회에서 나눠 주거나 미리 챙겨둔 간식을 먹으면서 공기록 형식사항을 외웠다. 죽을 먹기도 했지만 사례형 끝나고 나서 진짜 배고프고 당이 떨어진다.
3교시: 기록형
공기록은 완주를 목적으로 열심히 휘갈겨썼다. 2문>1문의 역순으로 풀었고 1시간/1시간을 절대적으로 지키려고 했다. 설령 모르는 부분을 조금 남겨두고 쓰더라도, 문항당 1시간을 잡고 그 중 최대 25분 늦어도 30분이 경과하면 무조건 기록을 쓰는게 나름 철칙이었다. 다 쓴 후 시간이 5분~10분 이내로 꽤나 남았는데 찬찬히 검토하면서 보다가 아차 싶어서 행정법 청구기간을 고쳤다^^....원래 답이 맞았고 괜히 또 고쳐서 틀렸다....
1일차 마무리
이때가 정말 변시 5일 기간 통틀어서 제일 지치고 고되고 힘들다. 친한 동기가 공진단을 줘서 먹었다. 동기들과 저녁을 함께 먹었는데 아무리 답을 안맞추려고 해도 얘기하다보면 맞추게 된다.
점심 시간에 맞추는건 멘탈만 흔들리지 않고 잘 잡는다면, 사례나 기록에서 같은 쟁점을 또 틀릴 가능성을 낮추기에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1일 차, 2일 차 저녁에는 민사법 아니고서야 이제 다시 시험 볼 일도 없는데 이야기 해봤자 멘탈만 흔들린다. 그래서 가급적 다음날 뭐 나올지, 중요한 최판 뭐있었는지, OX로 짤막하게 이야기 하려고 노력했다.
첫날의 부담감과 긴장감에 심신이 지치고 눈커풀도 무거워서 공부를 하기가 정말 힘들다. 11시 직전까지 겨우 버티다가 진짜 힘들어서 죽겠다고 기숙사 가는데 동기들이 안 죽는다고 공부 쫌 더 하라고 잔소리를 했던 기억이 있다. 지나고 보면 동기들 말이 맞았다^^.... 형객 더 볼걸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목표는 원대했지만 결국 5개년 객관식 오답만 봤고 자기 전에 최판을 모두 보려 했으나 잠들었다.
변시 2일차(1/11(수))
형법
1교시: 선택형(객관식)
제일 변시 기출과 유사했고 체감으로는 익숙했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려고 했는지 2개 선지 중에 헷갈려서 다시 보려고 별표 쳤던 문제가 한 5개 됐었다.
이날부터는 죽이 아니라 밥을 먹었었다. 밥먹으면서 역시나 형객 틀린게 귀에 들려왔다. 이때부터는 반은 해탈했고 내가 헷갈렸던 것들을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2교시: 사례형
쉬는 시간에 앞자리 동기가 물어봐서 직전에 함께 얘기했던 주제도 10점짜리 문제로 나왔고, 이것도 역순으로 풀었는데 1문이 형총이 빡세게 나오고 2문은 익숙했다. 운이 좋았다. 불의 타였던 양해, 승낙도 비워두다가 마지막에 뇌피셜로 찍어서 써제겼는데 반은 맞았다. 체감으로는 CBT 대비해서 문제를 많이 쪼개서 문제 수가 많았고 최판이 많이 나왔다. 시간 관리가 제일 중요해 보였다.
3교시: 기록형
형기록은 40분이 경과하면 무조건 손을 움직여서 쓰자가 모토였다.
결론이 틀렸던건 변론요지서에서 상습도박죄 1(1호, 3호 면소) / 2,3(유죄) / 4(후단무죄)에서 2/3을 분단시키고 2를 면소로 적었던 것 같다. 검토보고서에서 횡령의 점에 대하여 피해자, 위탁자 모두 친족관계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공소기각으로 해서 일부 결론이 틀렸다. 증거는 거의 다 찾았고 신빙성 탄핵은 길게 써서 분량은 7~8쪽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거의 다 적었던 기억이다. 11회 형기록이 정말 어려웠는데 그것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어려운 편이었고 사례형과 마찬가지로 CBT여서 쟁점이 많다고 느껴졌다.
2일차 마무리
변시가 절반이 지나갔고 다음날 쉬는 날이라는 생각에 그나마 조금 괜찮아진다. 그러나 민사의 압박이 슬슬 닥친다. 본지 까마득히 오래된 것 같은 상법과 민소법에 대한 압박이 슬슬 느껴진다. 열람실에서 10시 반 정도까지 어거지로 최판을 보다가 기숙사로 들어갔다.
변시 3일차(1/12(목))
휴식일
쉬는 날인데 생각보다 많은걸 못본다.
정말 최소한의 최소한으로 줄이더라도 다 보기가 쉽지 않다.
공법, 형법을 보다가 민법을 보면 생경하다. 모두가 다 그렇다.
눈에 잘 안들어오는데 그래도 계속 봐야한다. 민소가 특히 약하다고 생각해서 민소와 민사법 최판을 봤다. 기록형 오답노트 작성했던 것과 형식적 기재사항을 쓱 훓었다.
변시 4일차(1/13(금))
민사법
1교시: 선택형
변시 5일 통틀어서 제일 어려웠다. 그 동안의 기출에서는 문제 순서가 민총부터 시작했었던 것 같은데 1번 문제부터 냅다 물권이 나왔었던 것 같다. 기출과 출제경향이 판이했고 최신판례와 지엽적인 문제가 많았다. 민소랑 상법 부분은 일반적이었던 것 같은데, 민법 부분은 그냥 헛웃음이 나오게 모르는게 많았다. 속으로 '나 지금 진짜 변시 푸는게 맞나'라고 생각했고 6,8,10모보다 훨씬 어려웠다. 심지어 아예 찍은 문제도 몇 있었는데 상임법 권리금 관련 문제와 친족상속법 다른 지엽적인 선지의 문제가 더 있었던 것 같다.
찍은건지 푼건지 모르게 다 풀고 나니 30분이 넘게 남았다^^....
다시 본다고 달라질게 없을거 같아서 그냥 심지어 멍 때렸다. 옆에서 시험 보던 동기가 시험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내가 안풀고 가만히 있어서 걱정했다고 했다.
다행히도 동기들 모두 하나 같이 어렵다고 했고 친상 부분을 빠삭하게 알았던 동기 오빠도 자기 친상 최판 다 꿰고 있는데 치졸하게 냈다고 분개했다. 객관식 100개 못 넘겠다는 쎄한 느낌이 들었으나 일단 외면했고 웃긴건 떨어질거란 생각은 거의 안했다. 지금까지 나쁘지 않게 봤으니 남은 과목 진짜 잘보자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례랑 기록을 잘하니까라고 정신승리하려고 노력했다.
2교시: 기록형
대위의 대위와 채취가 나왔는데 피고가 진짜 겁나 많았다.
민기록도 45분이 경과하면 무조건 쓰려고 했는데 50분 지나고 쓰기 시작했다. 분량은 12장을 거의 다 채워서 썼었고 채취부분을 마지막에 썼다.
첫번째 상속인 대위 청구는 잘 썼고 두번째 채권자취소 청구도 잘 썼던 것 같으나 채권자취소에서 제소기간 경과한 피고한테도 청구했고 마지막 보증, 변제 부분은 청구 금액이 틀렸다.
4일차 마무리
민소랑 상법 주요 최판, 선택법을 보려고 했다.
시험이 하루 남았다는 생각에 오히려 각성 효과가 생겨서 열심히 공부하려고 했다.
그러나 열람실 문 닫을 시간인 11시가 지나고 기숙사로 들어가서 혼자서 공부하니 객관식의 불안감이 엄습했다.
100개는 커녕 90개도 못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진지하게 채점을 할까 고민하다가
100개 넘어도 채점에 쓴 시간이 아깝고 100개 못 넘으면 페이스가 말려서
내일 시험 망칠 우려도 있으므로 그냥 접고 자기로 했다.
변시 5일차(1/14(토))
민사법+선택법
1교시: 민사례
3>1>2의 순으로 풀었다. 3문은 가급적 55분 컷하려고 했었고, 2문은 1시간을 더 넘게 쓰려고 했다.
3문에서 어수 부분은 판례나 특강으로 정리했던 부분이라 알고 있었고 상총 부분도 아는 쟁점이었다. 다만, 상법 상 대표 책임인가에서 결론을 틀렸던 것 같다. 4페이지를 다 채워서 썼다.
개인적으로 1,2문은 모의고사에 비하여 나쁘게 보지 않았고 평타는 쳤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시간도 많이 남아서 1~3문 모두를 검토하며 조금씩 덧붙이기도 했다.
민사례는 나름 전략과목으로 중상위권이었는데 정작 상법을 제일 잘 보고 민법, 민소는 처참했다.
결과가 아주 의아했는데 생각해보면 민사례 1,2문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맞았고 진짜 잘썼다라는 확신이 드는 문제가 모의고사때는 1~2개는 있었는데 변시때는 아예 없었던 것 같다. 유필공도 맞췄으나 일부 틀리고 질권 상계도 일부 틀리고 대리권 문제도 일부 틀렸다.....
애초에 이번 민사례가 민재실과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주로 나왔던 점도 있다.
2교시: 선택법(노동법)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공부할 때 공부하고 거의 안봐서 1달 만에 보게 된다. 점심 시간에 한 자라도 더 보려고 더 외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시험은 국제거래법 편중 현상 때문인지 정말 쉽게 나왔다. 노동법 뿐만 아니라 다른 선택법도 다 쉽게 나왔다고 했다. 국거 선택한 동기들만 끝나고 당황해했던 기억이 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서술하는데 심지어 몇조 몇호에 해당하는지도 친절하게 알려줬다. 다만, 11월에 노동팀 과제, 면접 준비하면서 쓸데 없이 다양한 통상임금 판례들을 많이 봤었는데 괜히 헷갈려서 결국 결론이 하나가 틀렸다. 선택법은 30분 내에 다 풀려고 노력했다.
후기를 쓰면서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던 모습들이 생각이 나서
개인적으로는 변호사로서 초심을 다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1월 초의 시린 겨울 날에는 변호사시험을 보던 때가 생각날 것 같다.
쉬는 날을 포함하여 5일 동안의 여정인 변호사시험은 체력 안배와 멘탈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변호사시험을 잘 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잘 치뤄내야 겠다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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